이제 뉴질랜드와 헤어질 시간. 아이는 귀국 전 친했던 친구들과 식사를 하며 아쉬움을 달랬다.
‘할까 말까 고민될 때는 하라’는 말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직항으로 무려 11시간30분을 날아가야 도착하는 뉴질랜드. 다시 방문하기는 쉽지 않다. 유학을 마치고 귀국하기 전 마음껏 여행하고, 뉴질랜드이기에 가능한 것들, 저렴하고 품질 좋은 와인과 커피 등을 즐기며 최대한 누리라고 말하고 싶다. 허리띠는 한국에 와서 조금 더 졸라매도 된다. 귀국 6개월 전부터 슬슬 준비를 시작하며 이 과정을 스트레스가 아닌 유학생활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이면 좀 더 순조롭다. 2년 가까운 조기유학생활을 끝내고 이제 돌아가야 할 시간, 대장정을 어떻게 마무리 했는지 나누고자 한다.
귀국일이 다가오면 마음도 붕 뜨고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수 있다. 그 시기가 오기 전 미리 많은 부분이 정리돼 있으면 좋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집과 자동차, 살림을 처분하는 일이다. 간편하고 좋은 방법은 현지 유학원 온라인 게시판 등을 통해 뉴질랜드에 유학 올 가정에 일괄로 정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유학 올 때 미리 귀국시기를 많은 가정들이 입국하는 12월이나 1월로 맞춰놓으면 편하다. 살림의 경우 보통 파는 사람은 들인 비용에 비해 너무 헐값에, 사는 사람은 품질에 비해 너무 비싼 값에 구입했다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이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지만 다른 사람이 사용하던 그릇, 수저, 이불 등이 싫으면 창고형 매장인 웨어하우스(Warehouse)나 케이마트(K-Mart) 등에서 할인할 때 구입해 마음껏 사용한 뒤 다른 가정에 저렴하게 판매하는 것도 좋다.
학교에서는 귀국하는 아이들을 위해 송별회를 마련한다. 담임선생님, 친구들과 함께 즐거운 한 때. 엄마도 친구들과 아쉬운 작별의 시간.
집, 차, 살림 삼박자가 모두 마음에 드는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에 따로 처분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집의 경우 대부분 렌트 하우스이기 때문에 마지막 집 검사, 인스펙션(inspection)에 잘 통과해야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청소를 보충하거나 의견을 조율 할 일이 생길지 모르니 바로 귀국하지 말고 며칠 더 지낼 공간을 확보해 놓는 것을 추천한다. 내 경우 인스펙션 때 싱크대 위에 칼자국처럼 까맣게 벗겨진 부분이 있어 싱크대 수리비 전체를 물어줘야 할 위기에 처했다. 다시 청소해보겠다고 요청한 뒤 곰팡이 제거제를 한 번 뿌리니 말끔히 씻겨나가 생돈을 날린 위기를 모면한 짜릿한 기억이 있다.
차는 보통 중고차를 구입하는데 팔 때를 미리 생각해 구입하는 게 좋다. 유학가정이나 뉴질랜드인들이 선호하는 차, 깔끔하고 튼튼한 차를 구입하면 팔 때 좋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 결과적으로 좋은 차를 타고도 비용은 얼마들이지 않는 셈이 된다. 정리할 살림이 많을 경우 컨테이너에 보내기도 하지만 보통 한국 슈퍼마켓에서 연결해주는 택배시스템을 이용한다. 해상운송이기 때문에 무게가 아닌 부피로 비용을 계산하며, 한두 달은 족히 걸린다고 생각하면 된다. 미리 감안해서 움직여야 한다.
갈까 말까 고민했던 여행지는 꼭 들러보기를 추천! 웰링턴으로 가는 길에 들른 네이피어의 바다는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아이들 관련 서류도 꼼꼼히 챙겨야 한다. 영어이름이 아닌 한국이름으로 된 재학증명서와 성적증명서, 상장 등을 잘 챙겨 와야 다시 연락하며 기다리는 불편함이 없다. 우리나라처럼 ‘빨리 빨리’ 정서가 아니기 때문에 한국인들에게 답답할 수 있다. 우스갯소리로 뉴질랜드에서 택배를 시키면 잊을 만 할 때쯤 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니 챙길 것은 뉴질랜드에 있을 때 챙기자. 귀국하면 아이들은 다시 한국 학교 시스템에 적응해야 하는데 그 시간을 줄여주기 위해 미리 교과 진도를 학습하기도 한다. 뉴질랜드에도 한국 학원들은 굳건히 서 있고 인터넷 강의도 잘 발달 돼 있으니 걱정되는 부모들은 조금씩 아이들을 준비시켜 주는 것도 방법이다.
교육시스템과 생활패턴 등 다시금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전, 아이들에게 기존의 것들을 아름답게 떠나보낼 시간을 주는 것은 어떨까? 친한 친구들과의 여행이나 친구 집에서 함께 자는 슬립오버(sleepover), 식사 등 작은 이벤트를 통해 가능하다. 다녔던 유치원이나 학교를 돌아보고 자주 찾던 장소도 함께 가보며 마음의 준비를 한다면 좀 더 정리된 마음으로 귀국할 수 있을 것이다. 엄마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유학생활을 하며 도움을 준 이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하고, 친하게 지내던 이웃, 친구들과 송별회를 하며 소중한 추억의 대미를 장식하는 것은 아름답다. 단 생각보다 이 과정이 오래 걸리니 한 두 달이 아닌 6개월 정도 전부터 계획해 움직이는 것을 추천한다.
도시를 머금은 바다의 풍경. 세련되고 아름다운 건물과 자연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점이 매력적이다.
꼭 잊지 말라고 말하고 싶은 것은 여행이다. 지내는 동안 많이 다녔겠지만 망설이며 못 간 곳도 있을 것이다. 내게는 뉴질랜드 수도인 웰링턴이었다. 웰링턴까지 자동차로 편도 500Km이상, 7시간이 넘게 걸리기 때문에 도저히 갈 자신이 없어서 몇 번이고 주저했다. 하지만 못 간걸 후회하게 될까봐 강행했다. 남들도 다 하는데 내가 못할 이유가 없다며 스스로에게 용기를 줬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했던가? 다행히 이 여정에 합류할 수 있다는 한국 엄마가 있어 번갈아가며 운전해 갈 수 있었다. 중간에 네이피어라는 아름다운 도시에 들러 곳곳의 와이너리와 탄성이 절로 나오는 빛깔의 바닷가, 가넷이라는 철새의 서식지도 구경했다. 웰링턴은 사실 너무 도시 이미지일 것 같아서 기대를 안 했는데 아름다운 건물과 도시를 머금은 바다는 너무도 매력적이었다. 뉴질랜드 북쪽 끝인 베이오브 아일랜드도 가고 싶었는데 너무 멀고 다른 지역과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들어 포기했다. 물론 지금 후회한다. 그곳에 대한 아무 기억이 없다는 것이 아쉽다.
뉴질랜드에서 한국으로 올 때 다른 나라에 며칠 체류하면 항공요금이 오히려 직항보다 저렴하거나 비슷한 수준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호주, 중국, 홍콩 등을 경유한다. 한국에서의 바쁜 일정을 맞이하기 전 마지막으로 불태워보자 하는 마음으로 호주에 체류했다. 골드코스트를 거쳐 시드니에서도 며칠 지냈는데 두 도시 사이의 항공요금까지 포함해도 한국까지의 직항 요금 수준이었다. 호주는 길이 복잡하다는 말을 듣고 운전이 엄두가 안 나 대중교통수단에만 의지해 유명 관광지를 누비고 다녔다. 아이는 퀵보드를 타고 나는 걷고 걷고 또 걸어 길도 몇 번이고 잃어버리며 모험을 펼쳤다. 덕분에 귀국해서는 한동안 여행 생각을 잠재울 수 있었다.
귀국시 항공사 다구간 여정을 선택해 편도 직항 비용으로 호주 골드코스트와 시드니까지 둘러볼 수 있었다.
한국 와서 두 가지가 가장 눈에 띄었는데 첫 번째는 그동안 가족들의 생활 패턴이 많이 달라져 있었다는 것이다. 남편은 직장 내 위치와 하는 일이 달라져 저녁을 먹고 늦게 퇴근하게 돼 저녁을 외롭지 않게 온 가족이 함께 먹을 것이라는 나의 로망은 바로 깨졌다. 2년 동안 각자의 자리에서 적응하느라 달라진 삶의 패턴과 태도 역시 다시 맞춰야 될 숙제였다. 유학생 엄마들끼리는 마치 신혼을 다시 시작하듯 서로를 맞춰가야 되는 시간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시간이 약이니 조급해하지 말고 상대방의 입장을 배려해준다면 적응의 시간이 조금 당겨질 수도 있을 것 같다. 두 번째로 눈에 띈 것은 아이가 빛의 속도로 영어를 잊는다는 것이다. 사람은 환경에 적응하는 동물이기에 한국말이 급격히 느는 반면 안 쓰는 영어는 바로 남의 나라 언어가 돼 버린다. 투자한 시간과 비용이 아깝다면 지속적으로 영어를 쓰는 환경에 노출시켜 주는 것이 좋다. 우리 아이도 역시 학원행을 택했는데 기존의 회화 실력을 바탕으로 단어와 문법 등을 추가해주니 시너지 효과는 확실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다’는 말이 있다. 뉴질랜드의 좋았던 기억, 눈부신 자연환경, 여유로운 시간이 그립겠지만 가슴 깊숙이 넣어두고 이젠 최첨단 기술, 산해진미를 자랑하는 우리나라를 마음껏 즐길 차례다. 그 곳 생활에 젖어 힘들어하는 엄마들도 많이 봤다. 나 역시 새파란 하늘이 눈에 밟히지만 뉴질랜드에서 취득한 자격증으로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 그동안 미뤄두었던 부인, 딸, 며느리, 친구 역할 등을 다시 찾아가며 인생의 또 다른 단계를 밟아가고 있다. 조기유학의 장단점이 분명히 있기에 가족과 충분히 상의하고 어떤 변화와 결과도 감당할 용기가 생길 때 시작하라고 말하고 싶다. 삶은 모험의 연속, 그 중 외로우면서도 짜릿한 모험이 조기유학이었다. 10회에 걸친 경험담이 조기 유학을 준비하거나, 조기 유학 중인 부모들에게 작게나마 도움이 됐길 바란다.
‘뉴질랜드’하면 가장 강력한 이미지는 푸른 하늘과 바다! 아이는 유치원에 가고 혼자 조개를 캐며 보냈던 시간이 꿈만 같다. 아름다운 기억을 품고 더 멋진 한국 생활을 향해 출발~
*Talk! Talk! Kiwi English
뉴질랜드인들을 애칭으로 키위(Kiwi)라고 부릅니다. 키위라는 과일 때문이 아니라 뉴질랜드에서만 서식하는 키위라는 새가 있기 때문이죠. 키위들이 즐겨 사용하는 구어체 위주의 영어를 소개합니다. 뉴질랜드에 가면 자주 들을 수 있으니 미리 익혀두시면 좋아요.
1. morning tea, afternoon tea: 오전 간식, 오후 간식
아이들을 유치원과 학교에 보낼 때 많이 듣게 될 말입니다. ‘morning tea’는 아침, ‘afternoon tea’는 오후에 차와 다과를 나누는 시간을 일컫는데요. 유치원과 학교에서는 보통 간식시간으로 사용됩니다.
2. handle: 손잡이가 달린 맥주컵
‘handle’은 처리하다, 손잡이 등의 뜻이 있는데요. 식당이나 술집에서 이 말을 듣는다면 보통 손잡이가 달린 맥주컵이라는 의미입니다. 맥주를 주문하면 “Do you like it with handle?(손잡이가 있는 잔으로 드릴까요?)” 등의 질문을 역으로 받을 수 있는데요. 당황하지 말고 ‘Yes’나 ‘No’로 답하시면 됩니다. 역질문을 받기 싫다면 “Can I have a pint of beer with handel?(손잡이가 있는 잔으로 맥주 1파인트(약 500cc) 주세요)”라고 먼저 얘기해 보세요.
출처 : 경기일보(http://www.kyeonggi.com)
http://www.kyeonggi.com/news/articleView.html?idxno=2036527
저희 비전 유학원을 통해 타우랑가에서 2년 정도 조기유학을 마치고 2018년도에 귀국한 가족의 글입니다. 출국준비부터 귀국까지 모든 과정을 상세히 다뤄 조기유학을 준비하시는 가족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 여기며 경기일보에 연재된 글을 소개해 드립니다.